장
"젓가락을 가지고 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봇대와 비교한다면 짧고, 성냥개비와 비교하면 길지요.
그러니 젓가락 그 자체만을 가지고 길다거나
짧다고 한다면 그것은 허망한 우리의 분별일 뿐,
본연에서는 그 어떤 차별도 없습니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짧을 수도 길수도 있고,
잘날 수도 못날 수도 있고, 능력이 있거나 없을 수도
있을 뿐 고정된 실체로써 정해져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잘생겼다거나 못생겼다, 똑똑하다거나 어리석다,
뚱뚱하다거나 말랐다는 등의 일체 모든
둘로 나누는 분별이 사실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다른 것과 비교 분별함으로써
인연 따라 이렇다거나 저렇다고 고정지어 놓고는,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관념에 빠져 괴로워하고
답답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보고 크다고 할 것이며,
무엇을 보고 작다고 하겠습니까?
이처럼 고정된 것이 없기에, ‘크다, 작다’라고 하는
인식의 극단을 벗어나라고 가르치는 것이
바로 중도(中道)의 가르침입니다.
이러한 모든 분별은 단지 주위의 환경[인연]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나 혼자 무인도에 살았다면
내가 큰지 작은지,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성격은 좋은지 나쁜지를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비교 할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우리가 대상을 이렇다거나 저렇다고
파악하고 인식할 때는 언제나 비교 대상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세계는 둘로 나누어 놓고
그 중에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고 인식하는 상대
적인 분별의 세계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상의상관적으로
서로 연관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이런 세계의 이치를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합니다."
'2017년 불전공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8 21 학원 원만성취 백일관음기도 입재 전날 (0) | 2017.08.21 |
---|---|
2017 8 21 (0) | 2017.08.21 |
2017 8 7 금강경 (0) | 2017.08.09 |
백중 (0) | 2017.07.31 |
백중 꽃공양 (0) | 2017.07.28 |